수의사 Joe의 동물행동 이야기

수의사 Joe의 동물행동 이야기 안녕하세요. 동물행동치료 전문 수의사 Joe입니다. 이해하기 힘든 반려동물?

1. 내가 그녀에게 했던 첫 번째 실수- 흘러가버린 12주'처음 개를 분양받을 때, 예방접종이 어느 정도 끝나 전염병의 위험이 없는 개를 분양받기를 바랐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그녀는 3차 접종이 마쳐진 상태였...
23/06/2015

1. 내가 그녀에게 했던 첫 번째 실수
- 흘러가버린 12주

'처음 개를 분양받을 때, 예방접종이 어느 정도 끝나 전염병의 위험이 없는 개를 분양받기를 바랐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그녀는 3차 접종이 마쳐진 상태였고, 나이는 3개월이 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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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개에게 출생 후 맞는 첫 12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의 개는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무엇이 좋은 행동인지 빠르게 학습하는 능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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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엔 놓쳐서는 안 될 시기가 존재한다. 공부해야 할 시기, 책을 읽어야 할 시기, 여행해야 할 시기, 사랑해야 할 시기 같은... 공통점이라면,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야 우리는 그때를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공부하고, 책을 읽고, 여행하고, 사랑하는 것이야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한 살이라도 어릴 적에 미치게 공부하고 사랑했더라면 우리 삶은 지금보다 훨씬 괜찮아졌을 게 틀림없다. 안타깝게도 모든 일엔 적기(適期, Golden Period)가 있다.

개에게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시기가 있다. 생후 12주, 84일 간의 시간이 그 때다. 동물행동학자들은 이 시기를 개의 성격(행동양식)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 사회화의 Golden Period로 꼽는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생후 12주가 되기 전의 개는 5배 높은 학습효율을 보인다고 한다. 12주가 되기 전 대소변교육에 2주가 걸렸다면, 12주가 지난 후엔 그것의 5배인 10주의 시간이 필요하단 얘기다.

따라서 개를 입양할 때는 되도록 12주가 넘지 않은 개를 선택하는 게 좋다. 만약 12주가 넘은 개라면 켄넬 안에서만 자란 개보다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개를 선택하길 권한다. 명심하자. 우리 개의 첫 12주가 평생의 행동과 견생의 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어느 젊은 수의사의 뒤늦은 참회록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내겐 올해로 14살 된 여자 말티즈가 있다.(이하 이 개를 그녀라고 부르자) 사람들은 수의사라면 키우는 개의 건강을 완벽히 관리할 것이라 상...
11/06/2015

어느 젊은 수의사의 뒤늦은 참회록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겐 올해로 14살 된 여자 말티즈가 있다.(이하 이 개를 그녀라고 부르자)

사람들은 수의사라면 키우는 개의 건강을 완벽히 관리할 것이라 상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집에선 웬만해선 요리하지 않는 유명 셰프나, 평소엔 한 없이 과묵하다는 스타 개그맨처럼, 대부분의 수의사들도 자신의 개를 특별하게 보살피진 않는다. 내가 남들과 다른 점이라면 그녀가 가끔 구토하고 설사하는 정도로는 놀라지 않는다는 정도일까...

14살 된 소형견은 여든 넘은 사람과 같다. 매일 밤 집 현관문을 열기 전, 혹시 어떤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까봐 두근거린다. 아직 건강하지만, 언제 건강이 나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자꾸 그녀만 보면 센티해진다. 네가 생각하는 14년은 후회가 없었는지, 나 같은 보호자를 만나 힘들진 않았는지, 그녀가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자꾸만 물어보게 된다. 그리곤 이내 한 숨을 내쉰다. 내가 잘못했던 셀 수 없이 많은 일들이 떠올라서.

나는 조금 특별한 수의사다. 사람들은 나를 동물행동치료 수의사라 부른다. 실제로 얼마 전부터 작은 동물행동치료 전문병원을 개원해 운영 중에 있다. 여기서 동물이란 개를 의미한다. 고양이도 문제행동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양이에 관한 문제의 대부분은 고양이보다 고양이 보호자 쪽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행동치료 병원이란 강아지 정신과에 가깝다. 심하게 짖고, 사람을 물고, 분리불안을 지닌 개들이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원인을 밝히고, 문제행동을 치료해주는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얘길 듣고 ‘왜 하필 동물행동치료를 공부하게 됐어?’라고 묻는다. 이렇게 저렇게 설명해보지만, 결론은 하나다. 기왕 수의사로 살 거라면,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동물이 더 행복하게 사는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랐다.

만약 내가 동물행동학을 공부하러 미국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개의 행동을 지금처럼 읽어낼 수 없었더라면, 지금 내 눈 앞의 그녀를 보고 이토록 미안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수의학과에 처음 입학했던 때부터 키웠다. 최소한 남들보단 개에 대한 지식이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기초적인 실수를 나는 그녀의 생애 내내 반복해왔다.

내가 저질러 온 실수를 뒤늦게 깨달았을 때, 그녀는 이미 13살에 가까운 나이였다. 무언가를 시도해서 바꾸기보다, 남은 삶을 큰 탈 없이 살다가는 게 어울리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만약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녀가 두 살 또는 다섯 살 때 알았더라면, 나는 최선을 다해 그녀에게 행해졌던 모든 잘못된 행동들을 바꿔나갔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개를 키운다면, 혹시 그 개가 한 살 혹은 두 살이라면 그보다 큰 행운은 없을 것이다. 다섯 혹은 여섯 살이라도 아직 늦지 않았다. 열 살 혹은 그보다 많은 나이라면 무엇이 아이를 위한 길일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권한다. 분명한 건, 행복한 개란 하루를 더 사는 개를 의미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루를 살아도 불안해하지 않고, 걱정 없이 사는 개가 진짜 행복한 개라고 믿는다.

아래 21가지 이야기는 내가 그녀에게 14년 간 꾸준히 반복해왔고, 지금도 매일같이 행하고 있는 실수들이다. 이보다 더 많은 실수들이 해왔지만, 너무 많아 한 번에 실수목록을 만들기가 어려울 정도다. 개의 행동에 대해 정확히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서 행해왔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바보 같은 짓들의 연속이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것이 어째서 실수였고, 왜 그렇게 행동해선 안됐는지 ‘동물행동전문수의사’의 입장에서 기술해보려 한다. 그 글을 읽은 여러분만큼은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빈다. 참회록을 쓰는 건 나 하나로 족하다.

끝으로 앞으로 이어질 모든 글을 내 실수 덕에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흘리고 다녔던 열네 살 말티즈, 그녀에게 바친다.



1. 첫 번째 실수 처음 개를 분양받을 때, 예방접종이 어느 정도 끝나 전염병의 위험이 없는 개를 분양받기를 바랐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그녀는 3차 접종이 마쳐진 상태였고, 나이는 3개월이 지나 있었다.

2. 두 번째 실수 개를 처음 분양받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그녀를 낯선 소리나 낯선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그녀가 자고 있을 땐 청소기조차 돌리지 않았고, 물을 무서워하는 그녀를 위해 목욕도 함부로 시키지 않았다

3. 세 번째 실수 면역력이 완벽해질 때까지 산책을 삼갔다. 다른 개와 만나거나, 더러운 환경에 노출되면 건강에 좋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처음 산책을 나갔을 때 그녀 나이 8개월이었다.

4. 네 번째 실수 처음 산책을 나가기 위해 그녀에게 목줄을 채웠을 때, 그녀는 한 발 자국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억지로 끌고 산책을 나갔다. 그녀는 심하게 침을 흘리고, 낑낑댔지만 첫 산책이라 으레 그런 것이려니 생각했다.

5. 다섯 번째 실수 산책 줄은 풀었을 때 충분히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썼다. 그녀가 움직이고 싶은 방향대로 따라가며 산책했다. 산책만 나가면 어디든 누비고 다니는 그녀를 보며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6. 여섯 번째 실수 대소변 교육을 할 때, 그녀가 대소변을 실수할 때마다 심하게 혼냈다. 손가락으로 코를 때리고, 배를 뒤집어 야단친 적도 있다. 나중에 개를 너무 심하게 혼내는 건 좋지 않다는 얘길 듣고 실수할 때마다 둘둘만 신문지로 땅바닥을 때리는 걸로 대신했다.

7. 일곱 번째 실수 그녀는 자기가 싼 똥을 먹는 습관이 있었다. 나는 그녀가 똥에 관심을 보일 때마다, 놀라서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그렇게 하면 똥을 먹지 않을 거라 믿었다.

8. 여덟 번째 실수 개집을 고를 때, 더 예쁘고 화려한 집을 고르는데 주력했다. 누군가 개는 박스 같은 곳에 자는 게 좋다고 얘기해줬지만 믿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예쁘고, 편안한 집이 그녀에게도 똑같이 그럴 거라 생각했다.

9. 아홉 번째 실수 그녀가 한 살이 되기 전 거의 매일 그녀와 함께 잤다. 그녀도 나와 함께 자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고, 나 또한 같이 자면 심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겐 집이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그녀의 방석 대용으로 썼다.

10. 열 번째 실수 그녀가 싫어하는 일은 웬만해선 하지 않았다. 그녀는 발톱을 깎거나 이빨을 닦는 일을 죽도록 싫어했는데, 괜히 억지로 하다가 그녀가 더 그 일을 싫어하게 될 것 같아 집에선 한 번도 발톱을 깎아주지 않았다.

11. 열한 번째 실수 입이 짧은 그녀를 위해 사료는 항상 충분히 줬다. 그녀는 내가 준 사료를 바로 먹진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입에 대긴 했으므로 이렇게 하는 게 옳은 거라고 생각했다. 사료를 비우지 않더라도, 하루든 이틀이든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줬다.

12. 열두 번째 실수 밥 먹을 땐 개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 밥만큼은 쉽고 편하게 언제든지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절대로 먹는 걸로 그녀를 시험해 스트레스를 주려하지 않았다.

13. 열세 번째 실수 개들은 모두 장난감을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다. 새로 나온 장난감을 그저 던져주기만 하면 알아서 잘 가지고 놀 줄 알았다. 장난감에 별 흥미를 보이지 않는 그녀를 이상한 개 보듯 쳐다봤다.

14. 열네 번째 실수 무릎이 안 좋은 그녀가 나를 향해 토끼처럼 뛰어 오를 때마다 그러지 말라고 소리쳤다. 소리쳐도 계속 뛰어오른다면 바로 안아줬다. 그렇게 해야만 무릎에 무리가 덜 갈 거라고 생각했다.

15. 열다섯 번째 실수 나와 함께 있을 때 다른 개를 만나면 더 짖는 그녀를 보며 충성심이 충만한 개라고 믿었다. 자기 딴에는 나를 다른 개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더 심하게 짖고 으르렁거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16. 열여섯 번째 실수 언젠가 그녀가 사회성이 부족한 편이라는 얘기를 듣고, 사회성을 키워주기 위해 애견카페에 데리고 다녔다. 그곳에서 그녀는 벌벌 떨고, 침마저 흘려댔지만 몇 번 더 데리고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17. 열일곱 번째 실수 가족이 모두 외출하고 나면 그녀는 짖어댔다. 그녀는 우리가 외출에서 돌아오면 대소변을 실수해 놓곤 했는데 나는 그것을 자신을 혼자 둔 것에 대한 복수로 여겼다.

18. 열여덟 번째 실수 그녀는 맛있게 먹고 있는 간식을 빼앗으려 하면 미친 듯이 으르렁댔다. 가끔은 나를 물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그녀의 멘탈에 무슨 문제가 있진 않은지 걱정했다. 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을 물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19. 열아홉 번째 실수 그녀가 어느 정도 자라고부터, 그녀를 강하게 키웠다. 그녀가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게 있다면 정면으로 그것과 맞서게 했다. 그러면서 그녀가 자신이 무서워하는 것들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기를 바랐다.

20. 스무 번째 실수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뭐든 해주고 싶었다. 조건을 내걸고 사랑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줬다. 가끔 그녀가 실수할 때도 있었지만, 개니까 그럴 수 있는 거라 여겼다. 때론 나의 무조건적 사랑에 대해 스스로 심취하기도 했다. 그녀가 나를 만난 건 행운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21. 스물한 번째 실수 이 모든 실수를 깨닫고 나서도 실수를 고치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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